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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4 웰_치스 딸기_맛
  2. 2013.11.27 웰치스 포도맛
  3. 2013.11.24 니르나이스 2
  4. 2013.10.27 핀곤과 마에드로스

웰_치스 딸기_맛

2013. 12. 14. 12:15 from 0.1



  포르메노스는 완벽했다. 훌륭한 성채였다. 새로 쌓은 성벽의 벽돌들은 깨끗하지만 위엄이 있었다. 그 오랜 생명력 같은 덩굴이 타고 오르기 시작한 늙은 성벽보다 힘이 없지 않았다. 늙은 성벽이 겪었을 모든 경험도 포르메노스와 대결할 수 없으리라. 가장 신성한 이야기의 도시에도, 마지막에 꼽힐지언정 어깨를 들 수 있을 포르메노스여. 모든 새로운 성벽이 이런 명예를 얹고 있진 않으리. 이 성채 성벽의 힘들은 전부 아버지에게서 나온 것일진대. 성벽뿐 아닌 이 성채 곳곳에 아버지의 손길이 닿아있다, 놀도르 최고의 손길이, 페아노르의 손길이. 저기 보이는 저 철의 문도 그의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받았던 문이라. 격렬한 평화가 깃든 포르메노스여. 완벽한 포르메노스여.


 다만 나와 동생이 완벽하지 않아서, 나와 동생이 성벽에 올라 바람을 맞는다. 마글로르는 현을 건드리며 노래를 하고, 나는 그저 곁에 앉는다. 동생의 노래가, 전에는 조부님 핀웨를 위한 것이었다가, 다음으로는 아버지 페아노르를 위한 것이었다가, 그 다음으로는 누구였던가. 지금에, 여기에 와서는 무엇이었던가.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은 다섯째이고, 조부님의 쿠루핀웨를 물려받은 것은 나였다. 재주가 못해도 사랑스러운, 페아노르의 첫아들, 당신의 첫손자. 너의 얼굴에서 쿠루핀웨가 보이는구나,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들었던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 너의 얼굴 곳곳에 있단다, 눈에서, 코에서, 입술에서, 쿠루핀웨가 보인단다. 아버지가 쓸었던 것은 나의 붉은 머리였는데, 조부께서는 내 얼굴을 보셨구나. 마글로르가 말해주곤 했다. 자신이 조부님의 곁에서, 손을 잡고, 노래를 하고, 잠에 취하시는 것도 지켜보면서, 함께 불가에 앉았을 때, 조부께서 말씀하신다고. 우리 마에드로스, 마에드로스, 심장 아래 가슴이 커서 모두를 긍휼할 아이야, 마에드로스, 쿠루핀웨의 아들. 조부께서 말씀하신다고. 조부께서는 나를 보시고도 내 얼굴을 보셨구나. 쿠루핀웨의 아들.


 형님, 마글로르가 불러서 그만 성벽을 내려갔다. 성벽 위에서 마글로르는 노래를 했고 나는 그 노래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몰랐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방은 성벽과 멀지 않았다. 성채는 작지 않아서 나의 방이 여기 있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형제는 마글로르. 그리고 아버지께는 복도 하나를 넘으면 곧 되었다. 창문을 열어두면 성벽 위에서 태우는 불이 보였다. 밤일지라도 날이 맑아 바람이 찬 날이면 성벽 너머 언덕 너머로 아주 작은 불 반짝이는 게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보이면, 생각하기를, 멀지만, 티리온인가, 사이에 있는 것이 더 없으니. 티리온의 하나의 불인가, 티리온 여럿의 불이 모여 보이는 불인가. 이 거리에, 생각해보면 여럿의 불이겠지만 나에게는 하나의 불로 보인다. 거리가 멀어서, 거리는 멀지만 하나의 불로 본다. 방 앞 성벽의 불을 더 크게 짓고 싶게 하는 하나의 불.


 창을 열어두고 어느새 찬기운 든 의자에 앉았다. 창턱에 이마를 대고 엎드려 듣는다. 복도를 끌던 발소리는 오래전에 멎었다. 밤이 깊어지기 전에 복도 우측에서 문 닫히는 소리, 마글로르였으리라. 아이들 몇이 오가는 소리가 조금 나고, 정적으로 맺혔다가, 불꽃만이 선명해질 시간즈음 되어, 멀리 복도 너머 두터운 발소리가 쓸려가고, 큰 문이 닫힌다. 아버지였으리라. 오늘은 밤에 뵙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불이 장작을 태우는 소리만 들린다. 엎드려 귀만 세웠는 데서 야음 속에 불만 탄다. 야음 속에 불만 탄다. 반복적인 소리.


  「마에드로스.」

반복적인 소리, 까무룩했던 정신으로 부름을 들었다. 마에드로스. 부름이되 작은 목소리여서 귀가 섰다. 눈이 뜨여 고개를 들었더니 눈앞 창턱에 팔 두 개가 달려있다. 놀라서 보노라니, 낮지 않은 창까지 어찌 올랐는지 억센 팔을 창턱에 걸치고, 불 없이 어두운데 핀곤이 달려있다. 핀곤, 아니, 왜, 어떻게, 그 이름 끝을 붙잡아줄 틈도 없이 입 속에서 말이 마구 섞여 나왔다. 도막 도막을 알아듣고 핀곤이 싱겁게 웃었다. 그게, 마글로르의 노래가 너무 서글퍼서. 웃음은 싱거운데 말은 부족한 근거로도 실답다. 핀곤, 내가 그 이름을 재차 부르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가 말했다. 들어가게 해줘, 이거 힘들다. 반사적으로 창턱으로 다가갔다가, 그의 손을 잡지 못하고 창문을 잡았다. 둥그렇게 구른 핀곤의 눈을 마주하다가 겨우, 겨우, 안돼, 말했는데, 힘들다더니, 팔 하나를 들어 내 손을 잡기를, 한 잔, 한 잔만…,

  「계피주 한 잔만 마시고 갈게.」

들어가게 해줘. 마에드로스.


 그렇게 마주보고 있다가, 그를 들였다. 한 병, 한 병만 딸 테니까. 창턱을 넘어와서는 옷을 털던 그가 또 웃었다.






_

마글로르의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다는 걸 읽고, 마에드로스와 떨어진 핀곤이 마글로르 노래에 귀기울인다는,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런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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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치스 포도맛

2013. 11. 27. 21:44 from 0.1


1.

  사람들은 내가 단순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가 우직하다고 했지만, 먹이를 주고 보살펴 주면 잘 따른다며 한 말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들은 나를 몸집이 크고 튼튼한 개에 비유하고는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잘못 알고 있다. 나는 무턱대고 아무나 따르는 바보가 아니다.


 나는 이미 주인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내가 슬퍼지는 것은, 다만 내가 슬퍼지는 것은, 대왕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대왕께서도 그렇게 여기신다면, 하는 것이었다. 대왕께서도 나를 몰라주신다면. 하지만 내가 하는 것, 내 것은 모두 대왕 때문이요, 대왕을 위함이었다. 내가 단순하다면 그것은 대왕을 위한 것이고, 내 우직함은 대왕을 위한 우직함이었다. 나는 대왕을 위해 몸집이 크고 튼튼한 개가 되기를 바랐고, 오직 대왕을 위해 성년을 기다렸다.



2.

  우리의 북쪽 땅에 대왕의 날이 왔고, 나는 아직껏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기다리는 것 또한 대왕을 위한 것이었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대왕을 위했으므로 대왕을 위하는 모두가 모여들었다. 대왕께서는 대왕을 위하는 모두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셨고 나는 그 말석을 쫓아 앉았다. 양쪽으로, 대왕을 중심으로 해서 여러 요정과 사람들이 퍼졌다. 좌로, 우로, 모두 대왕을 위함이었다. 좌우에서 번갈아 가며 요정과 사람이 한 번씩 나서 대왕을 축하하고 말이 끝날 때마다 그것들을 모아 축배에 담아 마셨다. 중앙의 대왕께서는 그 모든 말을 함께 듣고, 모든 잔을 함께 드셨다. 그 주배가 입술에서 떨어질 때의 웃음이 있었다.


 좌를 거쳐, 우를 거쳐, 대왕의 한 번이 왔을 때, 나는 자리를 넘었다. 좌우를 옆에 두고 중앙을 보고 섰다. 하얀 잔을 들고 일어나셨던 대왕께서 나를 내려다보셨다. 상아 술잔처럼, 붉은 물이 들고 너그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셨다. 하도르, 하고 부르셔서,

  「저도 축배를 들겠습니다.」

말했다. 대왕만이 다시 부르셨다. 좌도 우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대왕만이 다시 부르셨다, 하도르,

  「너는 아직 어리구나.」

너는 마시지 말거라. 그러나 나는 자리를 넘었다. 저도 축배를 들겠습니다, 한 잔, 한 잔만 들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 가장 큰 잔을 골랐다. 한 잔만 들겠습니다. 포도주가 넘칠듯한 그 잔을 아슬하니 두 손으로 받쳐 높이 들고, 그 잔이 축사를 하여라, 축사를 담아라, 해서, 외쳤다. 모든 것은 대왕을 위함입니다! 대왕께서는 그 말을 함께 듣고, 그 잔을 함께 드셨다. 축배가 대왕의 입술에서 떨어졌을 때 웃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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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나이스

2013. 11. 24. 16:16 from 0.1



  인과의 순간에 인간의 배신이 있었다.


 길고 무거운 비늘덩어리가 무리 속으로 파고들어 대군을 둘로 나누었을 때 가벼워진 것은 요정들의 목숨만이 아니었다. 더없이 가벼워진 동부인들의 죄의식이 그들의 목과 심장을 더 이상 얽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고 요정들의 검이며 투구도, 찬란한 군기도 떨어졌다. 울팡이 돌아섰다. 그들이 가고 그들이 왔다. 울도르의 패는 머리가 거꾸러져도 더러운 손을 휘둘렀다.


 세 방향의 칼을 견디지 못하고 요정들의 군대가 갈라졌다. 페아노르의 아들들, 일곱 피붙이가 서로를 붙잡아 모였다. 더도 덜도 없이 꼭 일곱이었다. 마에드로스가 서쪽을 돌아보았다. 마글로르가 제 형을 보았다. 그러나 패잔병을 이끌고, 그들은 다만 일곱 형제를 모아 달아날 뿐이었다. 이름만은 여직 형형한 페아노르의 군대는 동부로 뛰었다.


 돌메드산에, 곧 무너질 병영이 섰다. 그저 모든 침수 속에 생존이라는 흙으로 쌓은 성곽이었다. 안에서, 일곱이 둥글게 늘어 서로를 마주했다. 카란시르만이 피를 닦았다. 마글로르가 그에게 물 묻은 헝겊을 주었다. 철에 피를 묻힌 채로, 아무도 말을 않고 기다렸다. 왼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마에드로스가 다시 형제를 세었다. …쿠루핀, 암로드, 암라스…. 다시, 하나, 둘…여섯, 일곱…다시 하나. 일곱에 이르는 완벽한 숫자를 반복했다. 마글로르는 형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었다. 형제는 모두 여기 있다. 그는 반복하고 있다. 몇번째 셈을 반복하고 있는 것인가. 형제는 모두 여기 있다. 그는 불안한 것이었다.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 일곱을 세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는 불안했다. 일곱을 일흔일곱번 세고도 불안한 것은 그가 일곱이 아닌 그 다음, 혹은 그 뒤, 혹은 그 앞이 불안함이었다. 마글로르는 형을 보던 눈을 돌려 막사의 출입구를 향했다. 그도 말발굽소리, 아니면 절걱이는 소리를 기다렸다.


 밖에서 죽은 탄성이 났다. 지친 말발굽 소리, 군화 끄는 소리가 나며 병사들이 몰렸다. 켈레고름이 막사 문을 들어올리고 고개를 내밀자 곧 병사 하나가 막사로 들었다. 그가 보고했다. 난쟁이들의 왕 아자그할이 전사했고, 그들은 장례 행렬을 이루어 떠났습니다. 투르곤 왕의 군대는 그들의 도시로 빠져나갔고 도르로민의 백성들은 고향을 버리지 않고 남았습니다…. 간략하지만 분명했다. 병사가 입을 다물었다. 쿠루핀이 그를 치하하고 물러갈 것을 이르려 했다. 마에드로스가 병사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 눈을 본 병사가 멎었다. 형의 어깨를 누르고 마글로르가 대신 말했다. 빠뜨린 것이 있지 않느냐, 하나…. 병사는 마글로르를 쳐다보고 망설였지만 마에드로스가 먼저 물었다. 어깨를 짚은 동생의 손을 물리고 병사에게 물었다. 핀곤 대왕은…어찌되셨느냐…. 병사는 입을 떼기 전에 침을 삼켰다. 물어보는 마에드로스의 눈이 오직 저만을 바라보고 있어서, 그의 위대한 군주가 그곳에 오롯이 혼자여서, 그는 대답하기가 힘들었다.


 층이 겹친 그 눈에 답의 재촉은 없었다.

  「핀곤 대왕께서는…고스모그와 대적하시다가….」

전사하셨습니다. 모두 다시 입을 다물었다. 병사는 마에드로스를 보았으나 그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마글로르가 급히 밀어 병사가 막사 밖으로 물러났다. 병사가 나가고 문이 닫힌 막사 내부는 달랐다. 암라스가 암로드의 손을 잡고 귀를 세웠다. 중앙에 섰던 마글로르가 형제들을 해산시키려 했을 때, 돌연 마에드로스가 배를 움켜잡고 상체를 숙였다. 움직임이 고통스러웠다. 목은 뻗대어, 그 곁에 있던 카란시르는 제 형의 목줄기에서, 이마에서, 드러난 오른손의 상처에서 땀이 미끄러지는 것을 보았다. 진실된 통증이었다. 입을 뻐끔거리며 후들대던 마에드로스가 앞으로 고꾸라져 의자에서 떨어졌다. 비로소 비명이 터졌다. 부들부들 떨면서 하나 없는 양손으로 배를 움키고 마에드로스가 신음했다. 그 울음소리가 어딘가 잡은 무게가 전혀 없이, 멋대로 지르고 갈라져, 괴상하고 짐승 같았다. 마글로르가 서둘러 동생들을 물렸다. 마글로르는 마에드로스를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그 곁에,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에드로스가 고꾸라진 채로 복통에 앓으면서 눈물을 쏟았다. 마글로르는 형을 감싸안지도 못하고, 그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가, 다시 하얗게 질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곁에, 바닥에 앉아있던 마글로르도 곧 막사를 나갔다.


 다음날에야 마글로르는 막사에 다시 들어서 산 송장의 차마 마른 얼굴을 닦아주었다.







_

요정은 발리노르에서 다시 만나는 거지만 마에드로스의 '핀곤이 죽었다'가 한 번 써보고 싶어서...

마에드로스 본인은 발리노르에 다시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고...실제로 가는 것도 좀 애매해서.


좀 더 나중에 마글로르가 핀곤을 위한 애가를 만들어서 마에드로스 옆에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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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곤과 마에드로스

2013. 10. 27. 18:07 from 0.1


 유일자 에루께서 두어 아르다에 발 딛고 선 모든 이들에게 내린 진실이자 축복이요, 그리고 저주가 있으니, 그것은 곧 어디에도 극단은 없음이었다. 이것이 진실이라 함은 어디에서 깨달음을 얻은 현자이던 이것을 그들이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인정했음에서요, 이것이 축복이라 함은 실수가 실수로 있게하고 기회를 주며 뉘우침과 회생을 성립하게 함에 있었다. 또한 이것을 저주라 하는 것은,  근원을 캐내어도 그 근원에도 과거가 있고 사연이 있어, 선한 이들조차 현실이란 것을 마주하고 타협함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어딘가에서는 축복이었고 그 옆에서는 진실이었으며  그 옆에서는 저주였는데, 하늘 아래 거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대개는 한곳에서 진실이자 축복이자 저주로, 생명의 복잡함과 같이 존재했다.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들 또한 신성하고 신비로운 생명들인지라, 그들에게도 그 자체의 복잡함에 그들이 모이며 더해지는 복잡함, 그리고 이것이 있었는데, 과연 그 신이한 무리의 으뜸들 속에도 여느 관계와 같은 이것이, 가히 아름다운 비극을 자아낼 이것이 있었다. 첫째 자손 중의 놀도르에게는 두번째대에 이복 형제의 갈등이 있었으니, 평화롭기만 하던 세상에 그들의 감정 또한 오묘하고도 불쌍하기가 이를 데 없었으나, 이것은 그들이 낳은 아들들 속에 제 몸을 숨겨 들어가 기어이는 하나의 이야기를, 숨겨진 이야기를, 비극을 만들어내었으니, 이 이야기가 훗날의 감성적 설화와 희곡에 제 뼈대를 빌려준 것이 아닐는지, 모르는 일이다.



 배다른 형제의 갈등을 윗대에 두고 태어나 그들 스스로가 이것이 내어준 기회나 다름없었던 이들이 마에드로스와 핀곤이었다. 불과 같은 페아노르와 그의 칼을 마주해야만 했던 핀골핀을 각각 아버지로 둔 두 장자의 첫만남은 필연적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으나, 만도스만이 알고있을 무언가로 인하여 그들에게는 관찰력과 판단력이 주어져 있었기에, 몇번의 거북한 만남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참된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마에드로스는 흥분 속에서도 불안감을 유지하여 경계할 줄 아는 이였고 핀곤은 일에 대한 사고와 사유가 명확하며 마음이 찌르는 빛 같은 이였다. 두 요정이 서로를 제대로 보게 된 것은 핀곤이 마에드로스를, 마에드로스가 핀곤을 선대의 어두운 안개 속에서 찾아낸 후였기에 그들 나름대로의 깨달음이 컸고, 그 까닭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더 몸을 낮추고 배려할 의사가 생겼다. 그들은 기묘하다고 느끼면서도 아름다운 우정을 맺게 되었고, 스스로 가지는 그 감각을 숨기기 위해 두 청년 우정의 터는 숲속이 되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리에 밝은 핀곤이 그들의 우정에는 부정함이 없고 개선의 힘뿐이라는 것을 알고 삼가기를 그만두고 싶어했으나 장자의 역할도 쉬운 것이 아니었고 이복 형제의 갈등도 완화를 몰랐다.


 핀곤과 마에드로스의 내밀한 우정을 제일 먼저 알게 된 이는 핀곤의 아우 투르곤이었으나 지혜롭다 불리는 동생은 사실을 알고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그의 형이 결코 어리석은 이도 아니었거니와 그는 이 관계를 상당히 까다롭게 여겼던 것인지 손을 대려고는 하지 않았다. 투르곤 다음으로는 마에드로스의 아우 마글로르가 뒤늦게 두 요정의 관계를 알게 되었으나, 핀곤과 마에드로스가 보다 친밀해졌을 때도 그 관계의 심도를 알고 있었던 것은 투르곤 아닌 마글로르뿐이었다. 마글로르 또한 말을 아꼈으나 그는 내심, 핀곤보다는 못하나 일정한 기대를, 그들의 관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깊어가는 관계에 대한 당사자들의 태도 또한 서로 달랐다. 핀곤의 태도와 생각은 늘 한결같고 또한 날로 심원해져서, 페아노르의 만행으로 인한 슬픔의 시간에도, 분노와 의심 속에서도 그의 이해의 사고는 멈추려 하지 않았다. 비록 긴시간 그를 지치게 했던 것이 그러한 제 마음속의 충돌이었으나 그는 그것을 어찌하지 못했으니. 그러나 마에드로스는 핀곤이 핀골핀에 대하여 가진 감정보다 더 다양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기둥이 마음 깊숙이 서 있었으며, 아버지의 만행과 맹세에 대한 책임감 탓에 슬픔의 시간 핀곤을 생각하면서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망설였던 것 또한 언제나 핀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며, 세월과 사건을 거치며 그 스스로의 변화에 따라 핀곤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는 줄곧, 애정으로 조심스러웠을 뿐이었다.






_

본격 로미오와 줄리엣 핀곤과 마에드로스

공식 번역체는 핑곤과 마이드로스지만 나는 핀곤과 마에드로스가 좋으므로 핀곤과 마에드로스로 쓴다...


뒤에 무엇이 어찌되던 그냥 이 커플 파겠습니다‘ ㅈ `...왼쪽 오른쪽도 상관없어, 둘이 그냥 같이 있기만 해.

뭔가 0을 딱 써놓은 기분이니까 앞으로 끼적끼적 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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