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이 이토록 탐스러워, 왕은 그 꽃의 모습에서 옛날 보았던 산의 심장을 떠올리며, 이것은 이 숲의 심장이라도 되는 모양이노라고, 입을 벌린 채 꽃을 향하여 더욱 다가섰다. 그 때 그 장미가 왕의 앞에 제 아름다움을 보였다. 눈썹을 펄럭이거나 머리카락을 새롭게 떨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위로 오로지 장미만을 위한 햇살이 내려 그 황금빛 꽃잎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었다. 그 햇빛은 틀림없이 장미꽃이 내리도록 한 것임을 왕은 알았다. 이 매력적인 꽃은 제 몸에 닿을 햇빛마저도 제 뜻대로 다루는가. 작은 명령을 했으리라, 보지는 못했지만, 간단한 손동작이었을 수도 있고, 갸웃한 고갯짓이었을 수도 있다. 무엇이었든 간에, 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분명히, 매우 우아한 몸짓이었으리라.
야영지를 고른 일행의 부름이 들리자 장미는 갑작스레 제 빛을 끊었다. 그 느닷없는 갈무리에 왕의 귀에 다시 난쟁이 일행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었다. 다시금 그늘 속으로 들어간 장미꽃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고집 센 왕은 그의 난쟁이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가 장미의 왕좌를 내려가, 숲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장미꽃은 자신이 이미 그 난쟁이 왕을 가두었음을 알았다.
(중략)
「말해보아라.」
말해보아라, 하고, 신비로운 장미꽃은 왕의 이야기를 요구했다. 왕은 장미꽃에게 되묻지 않았다. 금방 입을 떼지 못할 뿐이었다. 왕은 난쟁이들의 야영지에서도 혼자 품었던 것들을 섣불리 장미에게 꺼내지는 않았다. 대신에 왕은 다른 것을 고르고자 했다. 그는 꺼낼 이야기를 아주 조심스럽게 골랐다. 왕의 이야기는 아무나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왕은 때를 가려가며 혀 움직이기를 적게 하는 사람이었으며, 그에게는 가벼운 수다보다는 무거운 소식들이 많았고, 그는 앞서 알고 있는 사실을 반복하여 말해줄 정도로 친절하지도, 그렇게 해서 지루함에 값진 시간을 지불하라고 할 만큼 불친절하지도 않은 까닭이었다. 그리하여 왕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장미꽃은 그 묵언을 들었다. 장미꽃은 왕의 집념과 성미, 지난 세월과의 관계, 그것이 만들어준 버릇, 왕의 예의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장미꽃은 이것을 마음에 들어 했다. 꽃대를 반듯이 세우고 왕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들었다. 어제 이곳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보다 조금 더 사소하지만 더 중요한 이야기, 조금 덜 시대적이고, 더 흥미로운 이야기라. 왕은 그렇게 묵언을 가득 채운 후에, 겨우 이것을 말했다.
「떠나야겠소. 일행들의 마음에 망설임과 의심이 깃들고 있소.」
말을 마치고 왕이 느리게, 조카들은 나를 재촉하고 부관은 숲을 의심하오, 하고 가까스로 덧붙였다.평화로이 왕에 대하여 듣던 장미꽃이 그에 눈살을 찌푸렸다. 꽃이 기다란 제 줄기를 구부려 옆에 앉은 왕을 굽어보았다. 마주보는 그 둥그런 파란 눈을 부러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기어이 그 안을 찌르기를,
「망설임이 깃든 것이 누구의 마음이며 의심을 받는 것이 무엇인가?」
하였다. 그 목소리가 태양이 폭염으로 두려움의 근원되듯 해서, 왕은 짐짓 심장 아래 까마득한 데가 섬뜩하고 말았다. 장미의 근본악이 구태여 그것마저 집어내려하지는 않았으나 그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하였다. 제가 아쉬워하던 그 심장에 뿌리 하나 걸쳤음을 알았다. 그것이 못내 만족스럽고 또 기특해서, 장미꽃이 다시 몸을 곧게 펴고 햇살, 은애의 빛을 뿜었다. 그리고 왕을 골똘히 바라보니, 왕은 저를 바라보는 이 황금의 꽃이 제 심중에 징그러운 촉수를 꽂았음을 느꼈다. 그것은 뱀이 몸을 늘여 움직이듯이 왕의 머리에 닿았고, 왕의 피는 동맥과 정맥, 그리고 장미의 관으로 흘렀다. 얼음으로 짜 올린 턱 위에 펄떡대는 심장이 놓였다. 짐짓 섬뜩했던 것은 차가움이었다.
미간의 핏줄이 잘게 울었다. 눈을 떼지 못한 채 왕이 물었다. 목소리가 질었다.
「당신은 나를, 어떻게, 알고 있었소?」
장미는 뜸을 들였다. 왕이 처음 말을 걸었을 때와 같이. 그리고 그 순간을 다시 느끼듯이, 왕에게 만고불변의 진리를 이르듯이 대답해 주었다.
「너를 모르고 너를 가두었겠는가?」
*;ㅅ; 행사장이 바뀌면서 부스 위치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부스 위치는 '레', 부스명은 '아빠 새엄마가 너무 작아요' 입니다.
여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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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는 걸 깜빡했습니다 8ㅁ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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