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곤과 마에드로스

2013. 10. 27. 18:07 from 0.1


 유일자 에루께서 두어 아르다에 발 딛고 선 모든 이들에게 내린 진실이자 축복이요, 그리고 저주가 있으니, 그것은 곧 어디에도 극단은 없음이었다. 이것이 진실이라 함은 어디에서 깨달음을 얻은 현자이던 이것을 그들이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으로 인정했음에서요, 이것이 축복이라 함은 실수가 실수로 있게하고 기회를 주며 뉘우침과 회생을 성립하게 함에 있었다. 또한 이것을 저주라 하는 것은,  근원을 캐내어도 그 근원에도 과거가 있고 사연이 있어, 선한 이들조차 현실이란 것을 마주하고 타협함에서 비롯되었다. 이것은 어딘가에서는 축복이었고 그 옆에서는 진실이었으며  그 옆에서는 저주였는데, 하늘 아래 거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대개는 한곳에서 진실이자 축복이자 저주로, 생명의 복잡함과 같이 존재했다.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들 또한 신성하고 신비로운 생명들인지라, 그들에게도 그 자체의 복잡함에 그들이 모이며 더해지는 복잡함, 그리고 이것이 있었는데, 과연 그 신이한 무리의 으뜸들 속에도 여느 관계와 같은 이것이, 가히 아름다운 비극을 자아낼 이것이 있었다. 첫째 자손 중의 놀도르에게는 두번째대에 이복 형제의 갈등이 있었으니, 평화롭기만 하던 세상에 그들의 감정 또한 오묘하고도 불쌍하기가 이를 데 없었으나, 이것은 그들이 낳은 아들들 속에 제 몸을 숨겨 들어가 기어이는 하나의 이야기를, 숨겨진 이야기를, 비극을 만들어내었으니, 이 이야기가 훗날의 감성적 설화와 희곡에 제 뼈대를 빌려준 것이 아닐는지, 모르는 일이다.



 배다른 형제의 갈등을 윗대에 두고 태어나 그들 스스로가 이것이 내어준 기회나 다름없었던 이들이 마에드로스와 핀곤이었다. 불과 같은 페아노르와 그의 칼을 마주해야만 했던 핀골핀을 각각 아버지로 둔 두 장자의 첫만남은 필연적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이 가득할 수밖에 없었으나, 만도스만이 알고있을 무언가로 인하여 그들에게는 관찰력과 판단력이 주어져 있었기에, 몇번의 거북한 만남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참된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마에드로스는 흥분 속에서도 불안감을 유지하여 경계할 줄 아는 이였고 핀곤은 일에 대한 사고와 사유가 명확하며 마음이 찌르는 빛 같은 이였다. 두 요정이 서로를 제대로 보게 된 것은 핀곤이 마에드로스를, 마에드로스가 핀곤을 선대의 어두운 안개 속에서 찾아낸 후였기에 그들 나름대로의 깨달음이 컸고, 그 까닭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더 몸을 낮추고 배려할 의사가 생겼다. 그들은 기묘하다고 느끼면서도 아름다운 우정을 맺게 되었고, 스스로 가지는 그 감각을 숨기기 위해 두 청년 우정의 터는 숲속이 되었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리에 밝은 핀곤이 그들의 우정에는 부정함이 없고 개선의 힘뿐이라는 것을 알고 삼가기를 그만두고 싶어했으나 장자의 역할도 쉬운 것이 아니었고 이복 형제의 갈등도 완화를 몰랐다.


 핀곤과 마에드로스의 내밀한 우정을 제일 먼저 알게 된 이는 핀곤의 아우 투르곤이었으나 지혜롭다 불리는 동생은 사실을 알고도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 그의 형이 결코 어리석은 이도 아니었거니와 그는 이 관계를 상당히 까다롭게 여겼던 것인지 손을 대려고는 하지 않았다. 투르곤 다음으로는 마에드로스의 아우 마글로르가 뒤늦게 두 요정의 관계를 알게 되었으나, 핀곤과 마에드로스가 보다 친밀해졌을 때도 그 관계의 심도를 알고 있었던 것은 투르곤 아닌 마글로르뿐이었다. 마글로르 또한 말을 아꼈으나 그는 내심, 핀곤보다는 못하나 일정한 기대를, 그들의 관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깊어가는 관계에 대한 당사자들의 태도 또한 서로 달랐다. 핀곤의 태도와 생각은 늘 한결같고 또한 날로 심원해져서, 페아노르의 만행으로 인한 슬픔의 시간에도, 분노와 의심 속에서도 그의 이해의 사고는 멈추려 하지 않았다. 비록 긴시간 그를 지치게 했던 것이 그러한 제 마음속의 충돌이었으나 그는 그것을 어찌하지 못했으니. 그러나 마에드로스는 핀곤이 핀골핀에 대하여 가진 감정보다 더 다양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의 기둥이 마음 깊숙이 서 있었으며, 아버지의 만행과 맹세에 대한 책임감 탓에 슬픔의 시간 핀곤을 생각하면서 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망설였던 것 또한 언제나 핀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며, 세월과 사건을 거치며 그 스스로의 변화에 따라 핀곤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는 줄곧, 애정으로 조심스러웠을 뿐이었다.






_

본격 로미오와 줄리엣 핀곤과 마에드로스

공식 번역체는 핑곤과 마이드로스지만 나는 핀곤과 마에드로스가 좋으므로 핀곤과 마에드로스로 쓴다...


뒤에 무엇이 어찌되던 그냥 이 커플 파겠습니다‘ ㅈ `...왼쪽 오른쪽도 상관없어, 둘이 그냥 같이 있기만 해.

뭔가 0을 딱 써놓은 기분이니까 앞으로 끼적끼적 써봐야지.

'0.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웰_치스 딸기_맛  (0) 2013.12.14
웰치스 포도맛  (0) 2013.11.27
니르나이스  (2) 2013.11.24
Posted by 숲울 :